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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아들에게 보낸 부모님의 편지, 10년 만에 다시 펼쳐보다. 얼마 전 다큐멘터리 감독과 인터뷰를 하면서 군 복무 할 때 부모님과 교환한 편지를 보여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다. 10년 넘게 꺼내 보지 않았고 감독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절대 꺼내 보지 않았을 편지였기 때문에 처음엔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숨기고 싶었던 기억들이 나를 힘들게 할 것 같아 겁이 났다. 그래도 용기를 가지고 감독에게 지나간 세월만큼 먼지가 쌓여진 편지 묶음을 전달했다. 10년 만에 봉인에서 해제된 이 편지는 갈 길을 잃다, 30살을 넘긴 나에게 이제 서야 막 도착했다. 나는 군대에 있을 때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정신병동에 약 2개월 정도 입원해있었다. 병원에서의 특별한 처방은 없었다. 적당한 시간이 되면 신경안정제 약을 먹어야 했고 밤이 되면 독방에서 자야했다. 수치스러운.. 2010. 7. 4.
‘앤디 워홀’, 그의 이름 1. ‘지겨운 나른함, 질리게 봐온 창백함.’ 1949년, 체코 이민 2세 출신의 상업그래픽 작가가 뉴욕에 첫 발을 내딛었다. 뉴욕, 그에게 그곳은 울트라 스펙터클의 신천지였다. 스케일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도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쏟아지는 광고와 온갖 상품들, 하늘을 찌르는 빌딩숲 사이로 사람과 자본이 넘실대는 풍경들. 모든 것이 사건과 뉴스로 소비되고, 사람들마다 ‘유행’이라는 세련됨으로 무장한 도시. 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에 입성하여 그가 처음으로 시작한 작업은 광고 일러스트였다. 그는 종종 흐드러진 코르셋에 온갖 장신구가 치렁치렁한 여성 캐릭터를 선전용 전단에 그려 넣으며 허리춤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더러 여성의 제스처와 표정을 과잉되게 연출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그려 넣기도 했다. ‘나.. 2010. 7. 4.
어느 염세주의자의 낭만적 사랑 - 소준문 감독의 <REC> 게이 옴니버스 영화 중 소준문 감독의 데뷔작 은 서울을 떠나 보길도라는 섬에 정착한 게이 커플의 갈등을 다룬다. 그들은 그곳에서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서 2년간 함께 살아왔으나, 커플 중 한 명이 그 섬을 떠나고 싶어 하자 이별의 순간은 다가온다. 여기에서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은 그들의 관계를 규정짓는 은유이다. 섬 안에 갇혀 버린 것처럼 그들은 관계 안에 갇혀 버린 셈이다. 이제 사랑은 자의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적 조건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은 이별에 대한 욕망, 즉 식어버린 사랑에 결별을 고하고자 하는 욕망의 다름 아니다. 소준문은 영원한 사랑을 부정하고 슬픈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섬이라는 공간에 게이 커플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다음 영화 에서.. 2010. 7. 4.
‘가짜 일반’에서 ‘게이’가 된 소중한 시간 - 2010 퀴어문화축제 : 퀴어퍼레이드 후기 2010년 6월 12일, 오늘을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에게 가장 큰 행사가 있었다. 바로 ‘2010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가 있는 날, 바로 그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들떠있었겠지만, 나에게는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 10년 만에 처음 참여하는 퍼레이드였기에 그 들떠있음은 더한 것이었다. 사실 바로 다음 월요일부터 기말시험이 있었지만, 그건 그날 퍼레이드에 참가하고자 굳게 마음먹은 나에게 아무런 걸리적거림이 아니었다. 날씨는 전날 밤부터 좋지 않았다. 새벽의 폭우가 지나가고 비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아침부터 빗줄기가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이래가지고 행사가 제대로 진행이나 될 수 있을까?’하는 우려 속에, 시청을 지나 행사의 주.. 2010. 7. 4.
동인련 신입회원 프로그램 디딤돌을 다녀와서 적어본 나의 이야기 요 며칠 사이 습한 기운 때문인지 후덥지근한 한여름의 날씨가 조금은 누그러진 토요일이다. 비가 온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다행히 외출하기엔 나쁘지 않은 날이다. 그래도 여름이라고 이렇게 와 있는데, 주말임에도, 왠지 셔츠가 입고 싶어서, 드라이 클리닝한 후 옷장에 걸려있는 하얀 셔츠를 꺼내 입었다. 약도를 보니, 신축빌딩 3층이란다. 아무리 찾아봐도 신축빌딩은 없는데 도대체 어디 빌딩이란 말인가.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약도를 들고 두리번거리니 어디를 찾아 오셨냐며, 신입회원 모임에 왔느냐며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는 분과 함께 모임장소로 올라갔다. 오래간만의 이런 모임의 참석인지라 어색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고, 대학 신입생 때, 학기 초에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어느 동아리를 가입할까 하며 기웃거리다 들.. 2010. 7. 4.
2,469명의 동성애자 차별반대, 계간 조항 삭제의 목소리를 모으다! 요즘 공중파 텔레비전에는 ‘버젓이’ 남성 동성애자의 사랑 이야기가 드라마를 통해 나오고 있다. 이것이 계기였는지 시사 프로그램, 토론 프로그램에도 동성애 관련한 내용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4, 5월에는 대학생들의 레포트와 관련한 인터뷰 문의가 물밀 듯이 들어왔고,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저마다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았던... 인권은 존중받아 마땅하기에...’ 등등의 이유를 가지고, TV 작가에서부터 언론사 기자, 대학생들까지 ‘동성애’는 올해 가장 뜨거운 키워드임에는 확실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일상적 삶을 사는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기대하며 ‘이성애자’인 자신들이 어떻게 그들을 이해하면 좋을지에 대한 부분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당연히 자신과 다른 성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의 .. 2010. 7. 4.
LGBT 운동과 진보적 기독교 운동은 동맹해야 합니다. - 성소수자의 따뜻한 동지, 신학자 테드 제닝스 강연에 참석하고 지난 6월 9일 저녁, 나는 충정로역에서 목사님을 만났다. 어쩌면 행운인 것 같다. 동성애를 신학적으로 옹호하는 강연 자리에 내가 다니는 교회 담임목사님과 함께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이. 강연장에 가보니 반가운 분을 또 만났다. 지난주에 우연히 만난 한 목사님께 강연 소식을 알려드렸더니 이곳에 오신 것이다. 이 분은 시카고 신학대에서 수학하시고 지금은 경인여대에 계시다고 한다. 이 강연이 있기 바로 얼마 전 진보기독교단체들이 주최한 비슷한 주제의 테드 제닝스 강연에도 역시 많은 기독교인들이 강당을 가득 메우고 테드의 이야기를 경청하였다고 한다. 분명히 기독교와 동성애는 ‘핫’한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강연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요.. 2010. 7. 4.
왜 그들은 우리를 싫어하는가? (2) 오늘날 한국의 동성애자들이 특히 복음주의 개신교 교회의 동성애혐오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일부 교회와 미국 내의 종교적 우파 사이의 공모 때문이다. 미국의 일부 기독교인들이 동성애혐오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어 특별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기독교의 왜곡된 형태가 이러한 고통과 이러한 동성애혐오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카고신학대학의 LGBTQ센터는 여기 한국뿐만 아니라 필리핀이나 아르헨티나, 일본 등지에 있는 LGBT 단체들과의 연대 업무를 지지해왔다. 우리 교회들이 고통의 원인을 제공했기에 우리는 도와줄 의무가 있다. 나는 선교 활동을 하는 기독교와 그것이 동성애혐오를 퍼뜨리는 방식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선교사들이 기독교의 이러한 왜곡을.. 2010. 7. 4.
무지개빛 메이데이: 성소수자+노동자, ‘연대의 끈’을 엮다. 무지개빛 메이데이: 성소수자+노동자, ‘연대의 끈’을 엮다. 메이데이, 라면 가장 강렬한 기억은, 2003년의 그 날이었을 것이다. 육우당이 4월 25일에 세상을 떠나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다가온 메이데이에 이 비극적이고 분노스런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밤늦도록 유인물을 찍어내고 검은색 조기와 추모 플랑카드를 만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는 비통한 심정으로 거리에 나섰고, 메이데이를 위해 모인 노동자들에게 정신없이 5천부의 유인물을 뿌렸다. 그리고 어쩌면 매우 뜬금없었을 검은 조기와 배너를 들고 행진에 합류했다. “한 동성애자의 죽음을 추모합니다.”라고 말이다. 참가자들은 우리 유인물을 정말 유심히 읽고 함께 애도했다. 당시 메이데이에 참가했던 낯 모르는 사람들도 우리 게시판에 들어와 추도의 글을 남겼고.. 2010.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