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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이펙트>를 보고나서 공연장 안은 아늑했다. 그런 아늑함이 무척이나 좋았다. 공연을 보게 될 좌석은 가장 앞쪽이기도 했고 연극을 하는 배우들이 바로 코앞에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몰입이 더 잘돼서 좋았다. (해리의 악몽) 해리를 제외한 극중 모든 사람들이 가면을 쓴 채 등장하고 이때 조명은 붉은듯하면서 어두운 조명으로 전환된다. 가면을 쓴 사람들이 ‘게이 챔피언’은 무효라고 외치면서 해리의 목을 줄로 매어 억압하자 해리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조명이 꺼지고 다시 무대가 밝아 졌을 땐, 해리의 동생은 소파에 드러누워 있고, 해리 누나는 집안정리를 하다가 누워있는 동생을 깨워서 걸레질을 시킨다. 동생은 물을 쏟은 것은 해리라며 오빠인 해리를 불러 걸레질을 떠넘기려 하지만, 해리의 누나는 해리는 방.. 2009. 3. 30.
세상을 아름답게 비출 또 하나의 무지개별 - 먼저 하늘로 간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들을 추모하며 - 평소 같았으면 기억도 나지 않을 꿈 때문에 중간에 몇 번이나 깼을 법한데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잠을 잔 것 같다. 너무 슬프고 서러웠던 장례 때문이었을까. 술에 취했는지, 슬픔에 취했는지도 모른 채 이틀간을 장례식장에서 지내다보니 많이 지쳤었나보다 오랜 시간 뇌종양 말기로 투병생활을 해 왔던 故 원희영(단영) 회원이 3월11일 사랑하는 파트너와 친구,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먼저 하늘로 떠났다. 늦은 새벽 핸드폰 진동소리에 잠깐 일어난 나는 전화를 건 이의 이름을 보고 직감적으로 A가 파트너의 부고를 전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한 목소리로 희영씨가 편안한 얼굴로 하늘로 떠났음을 알려주었다. 그날 밤 급하게 회사 .. 2009. 3. 30.
관계의 재구성을 위하여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 라고 하는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뉴욕 동물원'에서 탈출한 동물들이 '마다가스카'라는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인 사자와 얼룩말, 기린 등이 친구로 나옵니다. 동물원에서는 사자에게 끼니때마다 먹음직한 고깃덩어리가 제공되니 별 문제가 없었지만 동물원을 탈출하고 나니 배고픈 사자에게 친구들은 자꾸 먹잇감으로 보이게 됩니다. 우정에 위기가 닥친 거죠. 영화의 해결책은 물고기입니다. 사자의 친구들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사자의 굶주림을 해결해주고 이들의 관계는 다시 좋아집니다. 그런데 물고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봉변이지요. 당연히 영화 속에서 물고기들은 한 마디의 대사도 없습니다. 말이 없는 존재, 물고기는 그저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니 .. 2009. 3. 30.
에이즈, 동성애 그리고 <공동행동>의 기억들 돌이켜보면 활동은 굉장히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소속 단체에서 주로 내부 업무에 치중하다가 오랜만에 연대사업을 맡게 된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충분히 고민해보지 못한 이슈여서 처음에는 정말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자리만 멍하니 지킨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감염 경로, 감염인들의 치료접근권․노동권․프라이버시 등 에이즈는 여타 감염성 질환과 달리 그 자체로서 사회․정치적인 쟁점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에이즈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무수한 편견과 오해는 물론 동정과 시혜의 시선도 참으로 넘기 어려운 장벽이었습니다. 언론은 에이즈 감염인들이 호텔 주방장이었다거.. 2009. 3. 30.
내가 군입대를 하다니... 어렸을 적 엄청난 공포로 다가온 것 중의 하나가 “2년도 넘는 극기훈련”=군대였다. 다른 것들로는 불주사, 포경수술 이런 게 있었던 거 같다. ‘내가 어른이 되기 전에 통일이 되어야 하는데’ 하면서도 별로 그럴 거라 믿진 않았다. 군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사회화’ 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억압들에 서서히 익숙해졌다. 나에게 다른 선택권이 있진 않았다. 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 군대도 ‘뭐, 어쩌겠어. 남들도 다 가는데, 내가 못하겠어.’라고 스스로와의 협상을 시작했다. 세상에. 조인성이 4월 달에 공군에 입대를 한단다. 이럴 수가. 4월 달로 신청할 걸. 그 막막한 훈련소에서 한줄기 빛이 되어줄 텐데. 스타이고 루머까지 겸비하셨으니, 시나리오를 짜기 딱 좋은데. 오늘은 2번 봤다고 .. 2009. 3. 30.
당신이 생각하는 '평범한' (게이) 고등학생의 하루 지금은 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울 것 같은 눈꺼풀을 뜨고, 듣기 싫은 아침 모닝콜 소리가 나는 곳을 손으로 뒤지고 나서 알람을 끈 뒤 기지개를 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 게이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게이입니다. 저는… … 게이입니다. 눈이 떠지고 일어나면, 평범한 학생과 다를 것 없이 화장실로 가서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젖은 머리를 말리고, 밥을 차립니다. 밥을 다 먹고, 약을 먹습니다. 저는 환자입니다. 그냥 조금 평범한 환자입니다. 단지 아침에 꼬박꼬박 약을 먹어야 해요. 잊어먹을까봐 늘, 아침에 체크를 하죠. 약은 내 친구입니다. 평생을 함께 해야하니깐요. 어차피 평생 먹을 거면, 익숙해지는게 나으니깐요. 어둠이 내린 집안에 깨어있는 건 저 밖에.. 2009. 3. 30.
동인련 회원프로그램 ‘외출’ 10여년 동안 활동가, 회원, 후원회원… … 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인련을 스쳐갔다. 그러는 동안 동인련은 어느새 훌륭한 동성애자 인권모임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깃발을 들고 집회에 나가는 등의 활동에 부담을 느끼거나 쉽게 적응하지 못해 떠나버린 회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지(어디 있는지 안다면 잡아오고 싶다). 이젠 거리에 나가서 힘차게 우리의 요구를 외치고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회원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서로의 삶을 격려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모임에 나오는 사람이 있더라도 편안하게 동인련의 활동과 사람들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이러한 취지로 시작한 2009년 회원프로그램 “외출”이 벌써 두 번의 .. 2009. 3. 30.
2009년 동성애자인권연대 총회 날씨가 아직 쌀쌀했던 3월 7일, 2009년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정기 총회가 열렸다. 총회 시작 전에 이번 웹진 글로 총회를 스케치 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대로 된 후기 같은 걸 쓴지 반년도 넘은 상황이어서 제대로 쓸 수 있을지 겁부터 났다. 하지만 웹진을 통해 동인련의 그간 활동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일도 동인련을 알리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인련이 뭐하는 단체야?’라고 물어봤을 때 ‘이거 읽어봐.’라고 해줄 수 있는 그런 스케치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총회를 하는 동안 어떤 식으로 쓸지, 어떤 사진을 넣을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고민만 한 덕분인지, 마감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다시금 총회를 생각하려니 머리가 반은 백지가 되어버린 느낌이 든다. 찍어둔 사진을 보고 있자면 한.. 2009. 3. 30.
더 나은 삶을 위한 투자! 레인보우 트리 (Rainbow Tree)에 열매를 달아주세요!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성소수자 차별을 반대하고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인터섹슈얼 등이 함께 모여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이성애자들도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실천’과 ‘연대’라는 주요한 원칙과 의지 아래 1997년에 설립된 동성애자인권연대는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이 자기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지향합니다. 또한 성소수자 억압의 문제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억압의 문제와 동떨어져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소수자 단체로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HIV/AIDS감염인 등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고 양심수 석방과 현장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한 행.. 2009.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