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38 장례식장의 이중풍경 회사에서 짜증나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무렵 어머니로부터 할머니의 부음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지난 5년 동안 치매로 고생하셨던 할머니께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셨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께서 일하다 다치셔서 장례식장을 찾아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친척들은 이미 도착해 분주히 장례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고모부로부터 내가 3일 동안 해야 할 일을 전해 들었다. 장례식장 입구에서 부의금을 넣는 통을 지키면서 신발정리 및 오는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하루가 참 길 것 같았다. 대부분의 게이, 레즈비언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결혼적령기의 나이이다 보니 친척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껄끄럽다. 정말 성스러운(?)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숨이 막힐 정도로 답.. 2009. 4. 28. 초콜릿과 사탕보다 더 달콤했던 - 무지개학교 놀토반 2월&3월 수업 Part 1. 길을 헤매다 보충수업을 들으며 방학 같지 않은 방학을 보내던 2월 어느 날, 친구 무비스군이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바로 무지개학교 놀토반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작년, 부산에 있을 때 활동하던 커뮤니티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정보를 많이 접했지만 참가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서울에 있으니 나도 청소년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굉장히 설렜다. 하지만 14일, 사무실을 찾기 전까지는 정말이지 위화감 투성이였다. 한성대역 6번출구‘쪽’이라고만 적혀있는 웹자보하며, 아무리 전화해도 전화기가 꺼진 상태인 0505로 시작되는 이상한 전화번호 등은 여러 가지로 의심스러웠다. 심지어 무비스군은 혹시 납치범들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었다. (새우잡이 .. 2009. 4. 28. To. 동인련 언제나처럼 하루를 마감하면서 캔맥주 빈캔을 차곡차곡 쌓아놓을 때쯤이었지. 네이트온으로 팀장님이 웬일로 말을 다 거셨댜~? “Solid형 잘 지내? 글을 한편 써줘야겠어” 흠... 올게 왔군. 글 쓸 사람이 떨어진 거야. Fresh한 신입회원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왜 나야... 농익은 이야기가 필요한 건가, 아니면 그저 지나가는 일상사를 써야되는 걸까, 고민고민하다가 다음날 바람이 너무 청아해서 반가를 내고 시내에 나가 모 카페에 혼자 폼 잡고 펜을 들었으나 지나가는 풍경(아마 사람이었겠지)에 매료되어 글 쓰는 걸 잊은 지 오래, 결국 마감이 지났다는 소리에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기 시작했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도 무슨 내용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선 인터뷰가 편한 것 같다.) 하마터면 오늘.. 2009. 4. 28. 연애, 그 달콤 쌉싸래한 인생살이 - 방현희, 『바빌론 특급우편』,「연애의 재발견」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외쳤던 영화를 기억하는가. 봄날이 가듯, 연애의 봄도 사랑의 봄도 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했던 이 대사는 사랑의 진리 같은 대사라고 생각한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을 외치는 로맨스 드라마들보다 사랑을 콕 집어 말해주던 그 대사는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꼭 공감할 말일 것이다. 방현희의 소설「연애의 재발견」은 이런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연애의 시작부터 끝까지 연애라는 게 그렇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연애가 시작되는 것도 아니며, 두 사람이 설령 사랑하여 연애가 시작됐다 해도 한 사람이 마음이 식어버리면 그냥 그 상태에서 끝나거나 지지부진하게 이어가다 안 좋은 결말을 맺게.. 2009. 4. 28. 다큐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를 보고 : 감동적인 용기와 열정, 길을 묻다 최현숙씨가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 하고 총선에 출마한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더욱이 진보 정당의 후보로 나섰다는 것은 단지 동성애자(성소수자)의 공직 선거 출마라는 화젯거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동성애자 운동의 전략에 대한 중요한 토론 지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큐 를 보고 나는 호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큐는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먼저 최현숙씨와 선거본부 구성원(이하 선본원)들의 용기와 열정, 진지한 고민과 노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감독들은 따듯한 지지의 시선으로 최현숙씨와 그녀의 도전에 함께한 이들을 바라본다. 아니, 처음부터 다큐는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참여, 이해와 공감이 다큐의 바탕이었다. 덕분에 선거 과정에서의 고민과 어려움, 기쁨과.. 2009. 4. 28. 윤가브리엘의 봄밤 2007년 혹독한 봄밤 2007년 봄, 가브리엘은 벼랑 끝의 삶을 살고 있었다. 국내에 있는 에이즈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각종 기회감염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투병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13가지 에이즈치료제(대부분1990년도에 개발되었다)가 판매되고 있고, 이 약들에 대해서는 보험적용이 되어서 무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 약들도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리지널 약이라 건강보험과 한국정부에서 지출하는 약값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가브리엘이 먹는 1년치 약값이 1300만원을 넘어가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에이즈가 발견된 지 20년이 지나 이 약들에 대해 내성이 생긴 에이즈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가브리엘 역시 한국에서 판매되는 13가지 치료제에 모두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그 약들을 복용할 수 없었다. .. 2009. 4. 28. 테드 제닝스 : 내가 만난 동성애자인권연대 내가 처음 한국 LGBT 운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1년 감신대 초청으로 교회와 사회가 동성애자들을 완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의 지지자로서 동성애와 기독 신앙에 대한 토론회에 참여했을 때였다. 당시 나는 이미 오랫동안 미국에서 교회 내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활동을 해 왔던 터였다. 1991년 내가 성서 조직 신학 교수로 있는 시카고 신학대학은 전세계 기독대학 중 최초로 동성애자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001년부터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고 그 때마다 나는 한국 동성애자 활동가들의 창조적이고 용감한 활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나아가 나는 동성애자인권연대가 나에게 베푼 친절과 여러 가지로 동인련 활동가들과 함께 할 기회를 가졌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동인련은 몇몇 모습에서 내.. 2009. 4. 28. 진보신당 성정치기획단 소개 진보신당 성정치기획단에서 나왔다고 나를 소개하면 대부분 LGBT 계열에서 오래 활동한 인권활동가들은 그럭저럭 그렇구나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많이 생소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진보신당 성정치기획단은 신생 단위(?)인 것이다. 태생부터 민주노동당 분당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고 진보신당의 역사 또한 1년 남짓 되지 않았으니 성정치기획단이 무엇을 해 왔는가, 어떤 곳인가는 더욱 막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약간의 막막함을 일단 두고 우리 단위, 혹은 우리 그룹에 모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지향을 갖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현재 진보신당 성정치기획단에 모이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민주노동당 활동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심지어 현재 진보신당 당직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 또한 그러하다.. 2009. 4. 28. 5월, 꿈꾸었던 다른 세상을 행동으로 채우자 위선으로 가득 찬 악어의 눈물을 언제까지 보아야 하는가? 4월 20일 월요일, 비오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장애인 시설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그 눈물은 바로 새를 잡아먹고 새가 불쌍하다고 눈물 흘리는 악어의 눈물과 다르지 않습니다!”라며 마이크에 가득 분노를 담아 연설을 했다. 불과 2년 전 “장애를 가진 아이는 낙태를 해도 되며, 결혼은 남녀간이 정상”이라 말했던 사람이 흘린 눈물을 악어에 비유한 들 부족함이 있을까? 위선으로 가득한 악어는 수많은 새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4월 ‘학교 자율화 조치’로 학교 공간은 이미 경쟁이란 날카로운 이빨이 드리운.. 2009. 4. 28. 이전 1 ··· 203 204 205 206 207 208 209 ··· 2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