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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이사가자] 2015-2023 대흥동의 추억 남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 새로 이사할 공간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적지 않은 품을 들여 눈에 잡히는 공간들을 검색하고 연락해서 임방하고 이곳저곳 비교하지만 마음에 드는 공간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대흥동이 그랬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 마음에 드는 공간이기보다는 행성인의 장소 기준에 겨우 턱걸이할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마포구 일대를 비비며 이전 사무실보다 넓고 저렴하며 엘리베이터가 있고 독립된 화장실이 있는 공간을 찾았다. 하지만 인권단체에 서울은 코웃음 치듯 문턱과 공용(남녀)화장실을 연이어 보여줬다. 검색에 걸린 장소들을 둘러보지만 비슷한 체급의 보증금과 월세로 나온 공간은 손바닥만 했고, 그나마 조건이 맞아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은 하나같이 비쌌다. 그렇게 찾은 동네가 대흥동이.. 2023. 8. 22.
[회원에세이] 혼인평등 활동가의 공과 사를 넘나드는 두 번의 결혼식 호림(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난 2023년 7월 24일 월요일, 11년째 함께 살고 있는 애인과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것도 두 번이나. 애초의 아이디어는 결혼식이 아니라 해외 혼인신고였다. 동성 결혼이 가능하고, 외국인 사이의 혼인신고도 가능한 지역으로 여름 휴가를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오는 것. 소셜미디어로 해외 혼인신고 후기를 공유하는 한국 동성 커플들을 보며, LA 연수시절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던 차였다.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하객 규모가 원만하게 합의되지 않아 당장 불가능하고(각종 행사와 잔치 애호가인 나와 ‘북적이는 행사는 싫고 내가 주인공인 행사는 더 싫다’는 애인이 원하는 하객 규모는 자릿수부터 다르다.), 한국에서의 법률혼은 일단 투쟁으로 만들어낸 후에 비로소 할.. 2023. 8. 22.
[회원에세이] 모두의 결심을 위하여 소연(모두의결혼, 행성인) 최선을 다해 흘러가는 대로 사는 내가 8월에 새로운 일터에서 일하게 되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혼인평등연대에서 ‘모두의 결혼’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는데, 혼인평등연대 사무국에서 상임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모두의 결혼’ 캠페인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자면, 동성혼 법제화다. 지난 5월 31일,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가족구성권 3법(혼인평등법, 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법)을 대표로 발의했다. 이 중 혼인평등법은 성별에 관계없이 결혼하고 싶은 커플이 결혼할 수 있는 법이다. 이제는 옛 노래가 된, 양혜승님이 부른 ‘화려한 싱글’에서 ‘결혼은 미친 짓이야’ 라는 가사가 있다. 어렸을 때 이 노래를 듣고 가수가 결혼을 많이 해봐서 이런 가사를 부른다고 생각했다. 결혼은 .. 2023. 8. 22.
[회원에세이] 논바이너리 걸프렌드 미역(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미역입니다. 저는 논바이너리입니다. 어쩌다 보니 시스헤테로 남성과 연애를 하게 되었습니다. 네, 이상하죠? 그는 헤테로이고 저는 논바이너리이니까요. 애인은 제가 논바이너리라는 걸 알고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연애를 시작할 때 저는 그가 편견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저 잘 모르는 것이니 천천히 알려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두고 보자니 그에게 저의 논바이너리라는 성별정체성과 성소수자 인권 활동은 개인적인 취향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씹었을 때 비릿한 맛을 견딜 수 없어 잘 먹지 못하는, 그러나 누군가 저의 생일을 챙겨준답시고 끓인 국에 들어가면 억지로 조금은 먹어야 하는 미끌미끌한 해조류, ‘미역’의 이름을 빌려 애인의 뒷담화를 써보고 싶었습.. 2023. 8. 22.
[회원 캠페인] ‘퀴어가학교다닌썰푼다’(퀴학썰) 에세이 모음_ 8월 편 행성인 아카데미 1조 ‘퀴어가학교다닌썰푼다’(퀴학썰) 캠페인을 소개합니다. 퀴학썰은 2023년 봄 행성인 아카데미에서 만난 일군의 회원들이 기획한 온라인 캠페인으로 7월 18일부터 8월 25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퀴학썰은 한국에서 나거나 자란 대다수 성원들이라면 경험했을 제도권 교육 속에서 퀴어로 살아낸 이야기를 모으고 나눕니다. 초중고의 동일한 절차를 밟았지만 경험한 지역과 시기가 다르고, 맺고 끊었던 관계와 감정도 다를 것입니다. 이미 어디에나 있었던 학교 안팎의 청소년 퀴어의 이야기를 모으는 자리를 통해 비슷한 환경을 살아온 청소년 퀴어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무엇이 변화했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이 더 바뀌어야 하는지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기획: 감자, 슈미, 오동지, 웅,.. 2023. 8. 22.
[짤막 연재] 페티쉬의 길 (fetish Road) - #1 산넘고 바다넘어 페티쉬를 찾아서 Rubber Lee(행성인 HIV/AIDS 인권팀) 오감으로부터 시작해서 오감으로 끝난다. 나는 그것이 페티쉬라고 생각한다. 양말, 정장, 유니폼, 신발, 손, 발, 머리카락, 냄새, 안경 등 사람들의 페티쉬는 정말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고무”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나는 고무(Rubber) 페티쉬를 가지고 있다. 처음 이 페티쉬에 관심이 있던 시작은 중학생때 스파이더맨 영화였다. 주인공의 복장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참 멋있네” 정도였지만, 저걸 입어보면 어떨까? 무슨 느낌일까? 생각이 줄줄이 이어졌다. 당시에는 인터넷으로 사진을 보거나 자료를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러버슈트 페티쉬 활동을 해오고 있다. 페티쉬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있지만 러버는 한국에서는 소수, .. 2023. 8. 22.
[회원에세이] 괴물을 좋아하는 게이 이야기 마루(행성인 HIV/AIDS인권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저의 내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놀라지 마세요. 실은 제가괴물을 좋아합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구요? 여러분도 아는 바로 그 괴물이요. 악당이죠! 악의 편에 서서 괴이하고 무서운 모습을 하고,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그런 존재 말입니다. 하하하, 제가 너무 뜬금없었나요? 저는 아주 독특한 성적 페티시를 갖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혹시 지구용사 벡터맨이라는 공상과학물을 알고 계신가요? 그보다 조금 전 세대라면 후뢰시맨, 바이오맨, 마스크맨을 보거나 들은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런 영상들을 다른 말로 ‘특촬물’(특수촬영물의 약어)이라고도 하는데, 지금도 케이블 채널이나 OTT에서 가면 라이더와 파워레인저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아주 쪼.. 2023. 8. 22.
[회원에세이] 그래도 BDSM은 폭력적이지 않나요? 남웅(행성인 HIV/AIDS인권팀) 『섹스할 권리』에서 아미아 스리니바산은 성매매에 대한 복잡한 정치적 사정을 이야기한다. 성매매가 젠더 폭력에 바탕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페미니스트들이 성매매에 반대하면서 성매매 지구를 단속하고 없애야 하며 법적으로 성매매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성노동자의 권리는 얼마만큼 보장하거나 고려하는지 묻는 것이다. 그는 반성매매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어떤 주장은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위해서는 성노동자의 삶이 비참해진들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제 정치적 신념을 위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개별의 희생을 감수하라는 주장은 누군가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사항에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이상적인 사회를.. 2023. 8. 22.
육아16# 산책과 운동: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난 달 아이 입양에 관한 법적 절차가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많이 놀라셨지요? 다행이 저도 남편도 충격에서 벗어나 예전에 평온했던 일상의 삶으로 돌아 왔습니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하는 산책과 운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분유에서 우유로 갈아타기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먹었던 분유를 우유로 갈아타야 하는 시기가 되어 저희 가족은 마트에 가서 팩으로 된 우유를 구입하였습니다. 멸균 우유라서 실온에서 보관하기도 편리하고 칼슘도 풍부하다고 하니 아이의 근육과 뼈의 성장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요. 그런데 우리의 부푼 꿈과는 달리, 우유를 먹였더니 표정이 달라지고 먹지를 않았어요. 이 녀석 기존의 분유 맛이 달라진 것을 귀신같이 알았어요.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찾.. 2023.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