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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전 세계 성소수자를 향한 모든 폭력과 차별을 중단하라! [5월17일 국제 동성애 혐오, 트랜스젠더/성전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이하며] 전 세계 성소수자를 향한 모든 폭력과 차별을 중단하라! 5월은 우리가 기념하고 축하해야 할 날이 많지만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역사가 있다. 바로 1990년 국제보건기구(WHO)가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 조항을 삭제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5월 17일 국제 동성애 혐오 반대의 날 (the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and Transphobia, IDAHO DAY)이다. 동성애를 더 이상 질병으로 보지 않겠다는 이 선언은 전 세계 성소수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얻어낸 성과이자 우리 모두가 축하해야 할 일이다. 이 날을 기억하기 위해 전 세계의 성소수자들은 2005.. 2010. 5. 17.
사진으로 보는 '4월 25일,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4월 25일 일요일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이 북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고 육우당, 오세인 추모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가 열렸어요. "우리 얘기 좀 들어볼래?" 나의 성소수자 인권감수성은 어느 정도일까?는 큰 호응을 끌어냈습니다. 따뜻한 봄볕에 산책나온 시민들이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며 프로그램에 함께했어요. 특히, 레인보우 페이스페인팅은 아이들의 폭발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가 직접 예쁜 그림을 얼굴과 손등에 그려주었어요. 그리고 시민들은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글을 직접 적어 주었습니다. 횅하던 나무에 예쁜 꽃잎이 한 가득입니다. (나뭇잎 같지만 꽃잎입니다!) 그리고, 군형법 92조 계간(동성간 성행위를 닭에 비유하고 동성애자를 처.. 2010. 4. 29.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고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는 더 이상 필요 없다! 군형법 92조 계간(鷄姦)기타 추행 금지는 동성애자를 차별하며 처벌하는 대표적인 반인권적인 법률 조항이다. 동성애 관계를 동물(닭)에 빗대어 비하하고 있다. 더구나 계급이나 힘, 권위를 앞세워 강제로 성행위를 하는 관계가 아니라 합의에 기초한 관계까지도 범죄로 규정하며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있어, 평등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히 존재하는 조항이다. 국방부는 이번 공개 변론 보도 자료에 군형법 92조 법률조항의 입법 목적이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생활 영위,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군형법 92조는 강제에 의한 추행의 처벌인지, 비강제에 의한 추행의 처벌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강제에 의하지 않은 동성 간의 추행조차 처벌한다면, 그것은 과도한 규제.. 2010. 4. 29.
민주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어야 성소수자 인권의 작은 불씨라도 지필 수 있다. - 민주진보 교육감 단일화 후보 시민 공천단에 참여하며 - 전교조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모습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합리적인 기준 없이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법원의 경고도 무시한 채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명단 공개를 강행했다. 교원단체 교사들의 실명을 홈페이지나 인터넷에 올릴 경우 전교조에 하루 3천만 원 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권고도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100개가 넘는 학교에 비리와 스폰서로 얼룩진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청와대는 선거비용 운운하며 교육감 직선제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反전교조 기치를 내걸고 전교조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은 바로 6월2일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2010. 4. 29.
교회는 성(性)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에 침묵할 것인가? - 육우당의 죽음 그리고 천주교 이반모임 10주년 기념 미사의 기억 “한 동성애자 천주교 형제의 죽음에 천주교 형제자매들이 조문하고자합니다”라고 시작하는 애도의 글이 동성애자인권연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가톨릭 청년 8명이 한 청소년 동성애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올린 글이다. 회원들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할 것 같아, 2003년 동성애자인권연대 소식지에 전문을 싣기도 했다. 육우당의 장례식장을 찾은 신부님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비규환 같은 세상이 싫다며 자살로 한 생을 마감한 육우당. 가식적인 기독교인들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 죽음을 택했다고 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너무 허망하기만 하다. 죽은 뒤엔 당당하게 이름을 부를 수 있을 거란 유서의 내용과 달리, 지금도.. 2010. 4. 29.
달라진 나의 삶. “청소년 성소수자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달라진 나의 삶, 찌난, 코코샤넬, 광호와 함께 한 유쾌한 수다의 시간 2010.4.4 4월 청소년 특집호를 맞이해 청소년 자긍심팀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찌난, 코코샤넬, 광호와 ‘달라진 나의 삶’을 주제로 유쾌한 수다를 가졌습니다. 인터뷰한 이 날도 4월25일로 예정되어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캠페인을 준비하는 날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청소년들은 늘 재밌게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도 풍부합니다. 활동에 대한 책임감도 상당히 높습니다. 약속시간도 어기는 법이 없습니다. 달라진 나의 삶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인권활동을 통해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확인해보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찌난, 코코샤넬, 광호처럼 더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인권활동을 통해 .. 2010. 4. 29.
섹스. 그리고 청소년 이 얘기를 꺼내기 위해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했었다. 내가 청소년 시기에 섹스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내가 게이이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남들보다 문란한 건 아닐까? 내가 갖고 있는 이 생각은 정말 나만의 생각은 아닐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이유들을 하나하나 쳐내다 보면 결국에 끝까지 남는 것은 ‘청소년은 미숙하다’라는 편견이었다. 다양한 사회, 다양한 가정, 다양한 개인이 있는 것처럼 청소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다양한 청소년의 모습이 있다. 그러나 사회의 다수는 다양한 청소년의 모습은 인정하지 않는다. 학생이 아닌 청소년도 있고 장애인 청소년도 있으며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청소년도 있다. 그러나 사.. 2010. 4. 29.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영화 <친구사이?>를 보고 싶다!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영화 를 보고 싶다! 현재 영화 에서 이병헌 및 한채영과 호흡을 맞춘, 황태자 순종 역을 맡았던 이제훈. 그리고 드라마 에서 문근영과 서우의 사이를 처음으로 갈라놓게 된 계기였던 동수역의 연우진(서지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영화 의 주인공을 했던 사람들이다. 영화 는 엄청 나게 대중에 퍼진 영화는 아니지만, 성소수자들이라면 그리고 많진 않더라도 꽤 다수의 대중들이 알고 있는 퀴어 영화중에서도 소위 말해 ‘뜬’ 영화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겸 감독은 커밍아웃한 게이감독인, 청년필름 대표 ‘김조광수’이다. 김조광수 감독은, 들으면 익숙한 예지원과 지현우 주연의 영화 , 김남길과 이영훈이 주연한 영화 등을 제작한 사람이다. 그가 감독이라 불리기 시작한 때는 2008년부터였다. .. 2010. 4. 29.
나는 다른 그리스도인, 예수를 사랑하는 성소수자 - 4월25일을 기다리며 얼마 전 엄마가 식탁 위에 놓아둔 리더스 다이제스트 크기의 작은 잡지를 보았다. 교회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 길래 무심코 집어 내용을 쓰윽 훑어보았다. (엄마는 나와 다른 교회를 다닌다) 잡지의 마지막쯤에 자리한 기사를 읽고는 가슴이 두근거려 서둘러 책을 던져버렸다. "인권이라는 허울을 쓰고 동성애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위험한" 요즘, 그래서 다른 시선으로 동성애 사역을 하는 왠 미국인 기사를 실어놓았는데, 그 기사의 내용이 참으로 전형적이라 하품이 나올 지경이면서도, 한 존재의 자존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내용이기에 머리끝까지 바짝 곤두선다. 그 친구는 성공회 신부 부모 밑에서 자란 게이 청년인데, 성정체성의 혼란이 와 고통 받다가 신앙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고, 이제는 "가여운 동성애자"들을.. 2010. 4. 29.
‘세상 끝 집에도 훈훈한 봄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세상 끝 집에도 훈훈한 봄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프랑스의 심리학자이면서 작가인 앙트완 오두아르가 쓴 이란 책이 있다. 책의 내용은 작가가 에이즈 환자, 암환자들의 요양시설인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그들의 심리상태를 인터뷰한 내용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그 책을 우리 HIV감염인 요양시설 쉼터에서 자원 봉사하는 어느 수녀님이 소개해 주었다. 책의 내용을 듣고는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망막 수술의 후유증으로 눈이 잘 안보여 나중에 눈이 나아지면 꼭 읽어보리라 마음먹었었다. 무엇보다 쉼터를 ‘세상 끝 집’이라고 표현한 책 제목이 너무나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10년 동안 에이즈로 투병하면서, 혼자 살아온 시간보다 쉼터에서 더 오래 살아온 나였기에 그 제목만 들어도 그 집의 분위기, 그들의 심리상태를 충분히 .. 2010. 4. 29.
종로의 터줏대감들. 릴레이인터뷰 1. Bar 그루 2010.04.09 늦은 밤 아직은 쌀쌀한 봄날의 어두운 밤, 종로 골목 안 어느 곳엔가 숨어 있어서 간판뿐만 아니라 입구조차도 어딘지 잘 보이지 않는, 그러나 동성애자들에게는 선뜻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는 작은 술집. 소주한잔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고단한 동성애자들에게는 며칠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작지만 아주 편안한 문을 열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그루에 갔다. 늘 그렇듯이 토마스 사장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정숙 : 오랜만에 뵈요. 2주 만에... (일동웃음) 욜 : 2주 만에 왔나? 한 주 쉬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온 것 같지? 오늘은 인터뷰 때문에 왔으니, 조용히 있어야지... (일동웃음) 정숙 :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을.. 2010. 4. 29.
인종 및 성 차별에 맞선 퀴어 운동 인종 및 성 차별에 맞선 퀴어 운동 저의 퀴어 활동과 저의 인생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게 조금 이상해요. 미국에서도 쿼어 활동가가 뭔지 몰랐고 한국 와서 더 명확해진 것도 아닌데 글을 쓰게 됐네요. 그 의미를 찾는 것은 지속적인 과정이라고 인정하지만, 한국 와서 한국어로 동성애자인권연대라는 단체에 저를 소게하는 게 마냥 신기해요. 편안한 가족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긴 하지만요. 그래도 저의 글에 진실이 담겨있고 저의 경험에 담겨있는 진실을 나누면서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을 믿으면서 글을 씁니다. 그래서 저의 글을 읽는 사람들을 아직 안 만났지만 같이 활동하고 더 가까워지겠다는 희망으로 글을 씁니다. 저는 한국에 태어나서 3살 때 미국으로 부모님과 함께 이민을 갔어요. 부모님께 왜 이민을 왔는지.. 2010. 4. 29.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퀴어 되기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퀴어 되기 ‘이러이러한 사람은 이러이러하다.’ 나는 이런 사고방식이 딱 질색이다. 흑인 사람들은 게으르고 동양 사람들은 공부밖에 모른다. 여성들은 부드럽고 여성주의자들은 남자랑 같이 못 잔지가 오래 되어서 억울하다. 레즈비언들은 분리주의자들이고 양성애자들은 가짜다. 청소년들은 무식하고 정신 장애인들은 위험하다. 나에게 있어 이런 판단들을 내리는 행동은 무딘 칼로 손과 발을 절단하는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특별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한 편이였던 것 같다. 사람들이 그런 편견을 항상 가지고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껴서, 나는 오랫동안 나의 다양한 정체성들을 부정했다. 내가 자랐던 미국의 마을에는 동양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비동양인들은 그들을 무시했고 한.. 2010. 4. 29.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다 - 사랑을 듬뿍 나누고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 아니마와의 인터뷰 4월 25일, 안타깝게 청소년 시기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육우당, 오세인을 추모하며 작년에 이어 올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라는 제목의 캠페인이 열렸다. 따뜻한 봄볕 아래 50명이 넘는 동인련 회원, 후원회원 그리고 청소년 자긍심팀 회원들을 비롯해 청소년 성소수자 그리고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유인물도 나눠주고 서명도 받고 페이스 페인팅도 직접 시민들에게 해주고 기념품도 나눠주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이어졌다. 즐겁게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보였고, 이날 ‘아니마’는 가슴팍에 반짝이는 비즈로 ‘GAY'라고 새겨진 .. 2010. 4. 29.
2010.4.25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거리로 나섭니다. 故 육우당 7주기, 오세인 13주기 추모 거리 캠페인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우리 얘기 좀 들어볼래?” 두 사람을 기억하며. 고등학교 3학년, 18세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육우당은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자신이 믿었던 종교로부터 버림받았지만 세상의 편견에 맞서 열심히 싸웠던 멋진 친구였습니다. 커밍아웃 후 가족에게 버림받고 고민하다 결국 죽음을 선택한 20대 청년 오세인. 장례식에서조차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며 살아있는 사람들을 다독여주었던 육우당과 오세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별로 남아 성소수자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건 우리가 아니라 이 사회야.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웅크리지 말고 힘내! 따뜻한 봄날, 봄꽃은 만개했.. 2010. 4. 15.
우리를 사소하게 만드는 것들 - 성소수자노동권과 소수자감수성의 상관성 - 일생을 80년으로 잡고 시간표로 만들어 수치화할 경우 잠자는 시간은 26년, 일하는 데 21년, 밥 먹는 데 6년이 든다고 한다. 대개 이런 류의 통계는 ‘웃는 시간은 하루도 되지 않으니 많이 웃고 살자’는 식의, 다소 체념조의 싱거운 교훈을 전하기 위한 긴 서두로 그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다른 데 있다. 바로 의식적으로 살아가는 시간의 상당부분이 일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의 노동환경이 인생의 지표를 좌우한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그렇다면 인생에 점수를 매겨볼 때 우리는 만족할 만한 점수를 줄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감점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 것일까. 사람들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몇몇의 감점요인은 겹치.. 2010. 3. 29.
2010년도 동인련은 달린다. - 동성애자인권연대의 2010년 활동계획과 변화 들여다보기 -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정기총회가 열린 2월20일. 총회 장소였던 보건의료단체연합 강당은 26명의 회원, 후원회원들로 가득 찼다. 시작하기 전 회원들이 적게 올까 노심초사했던 긴장감도 19시가 지나면서 누그러졌다. 긴 시간동안 진행되다보니 처음 나온 회원들이나 토론을 좀 멀리하고 싶어 하는 회원들이 딱딱한 회의 분위기 때문에 싫어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늘 하게 된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총회를 마치고 습관처럼 그들에게 찾아가 오늘 재미없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다. 다들 괜찮았단다. 정말 내용이 부실하지 않고 들을만했을 정도로 괜찮았던 걸까? 아니면 예의상 괜찮다고 말한 것일까? 나의 부질없는 걱정은 뒤풀이 자리까지 이어졌다. 정기총회는.. 2010. 3. 29.
2010.3.11 전남대 강의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KTX 열차 안에서. “과장님. 내일 저 시골에 내려가 봐야 해서 연차를 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오늘 전라도 광주로 향했다. 지금은 저녁 6시부터 시작한 전남대 로스쿨 강의를 다녀오는 길이다. 서울까지 약 2시간 정도가 남았다. 밤 10시를 향해가고 있다. 열차 안에서 자면 서울까지 빨리 갈 수는 있겠지만 집에서 밤잠을 설칠 것 같아 결국 노트북을 꺼냈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글이나 써보자는 심산이었다. 무엇을 써볼까 고민하다 오늘 전남대 로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마치고 난 소감을 적어볼까 한다. 전남대 인권법학회와 공익인권법센터를 공동으로 주최한 오늘 토론은 제목이 매우 흥미로웠다. ‘실제 성소수자가 들려주는’ 성소수자로서의 삶과 커밍아웃. 법학전문대학원 엘리베이터마다 붙어있는 이 .. 2010. 3. 29.
<밀크Milk>(2008) - 하비밀크의 시간들, 혹은 댄 화이트의 부재한 시간들 ‘카스트로 거리의 시장’으로 불렸던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하비밀크의 일대기는 이미 오래전에 롭 엡스타인 감독의 (1984)이라는 뛰어난 다큐멘터리로 공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적 영상미에 몰두하던 구스 반 산트 감독이 굳이 자신의 행보를 잠시 철회하면서까지 밀크의 삶을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으로 재구성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는 ‘억압받던 동성애자들이 어떻게 승리를 쟁취했는가’라는 물음 주변을 맴도는 독해로부터 탈주하고자 한다. 즉 억압받는 소수자의 역사를 거시적 관점에서 조명하여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려는 의도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는 단순히 동성애자 인권 증진의 역사에 중요한 한 지점을 기록물로 남겨 그들만을 위한 .. 2010. 3. 29.
동시대를 전유했으나 넘어서지 못한 동성애 소설 - 앙드레 지드의『코리동』 1924년에 앙드레 지드가 발표한 소설『코리동』은 역사와 예술, 생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방대한 자장 안에서 동성애에 대한 전방위적인 담론을 펼치고 있다. 화자와 ‘코리동’이 나누는 심오하고 지난한 대화와 논쟁을 통해 자신의 소외된 정체성을 긍정하고자 분열될 수밖에 없었을 저자의 치열한 자기 고민과 지적 성실성에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런데 더불어 시대적 한계와 그에 대한 타협이라는 곱지 못한 시선을 받는 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서두에서 코리동은 동성애를 옹호하는 근본적 원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파스칼의 말을 인용해, “자연이 온통 천편일률적이 아니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니까 자연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관습이다. 관습이야말로 자연을 속박.. 2010.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