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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5월 7일 목요일. 나는 사무실에서 캠페인을 준비하게 되어서 무척 설레었던 것 같다.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이것이 이번 캠페인의 슬로건이었다. 캠페인에 쓸 꽃들을 오리는데 내가 얼마나 실수를 많이 했던지 지금도 많이 부끄럽다. 나팔꽃을 만든다고 했지만 촉수달린 괴물을 만들고, 해바라기를 만든다고 했지만 결국 또 문어를 만들고.그러나 토요일 날 캠페인의 무지개봄꽃 동산에 꽃이 하나씩 필 때 마다 내가 직접 오린 꽃들이 걸린다는 게 뿌듯했고 좋았다.(비록 실수는 많이 했을지라도...킁) 그로부터 이틀 후, 5월 9일 토요일에는 3시부터 육우당 추모 & 청소년 문화제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40명에 가까운 동인련 회원들과 청소년 성소수자(주로 Rateen에서 온...)들이 참가했으며 마로니에 공원 외곽 쪽.. 2009. 6. 1.
광주 기행문 - 동인련과 함께한 5월의 광주 신이에게 전화가 왔다. 글 하나를 쓰란다. 반갑지 않은 전화였다. 분명 부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특별히 월요일까지 시간을 주겠노라고 한다. 백수는 언제나 소심하고 한가해야 하기에 별 불평도 못하고, 딱히 핑계거리고 못 찾고, 그러겠다고 허락, 아니 인정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오신 이모 덕분에, 평소 새벽 5시의 클럽같이 휑한 우리집이 좀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내방에 자리를 잡았다. 좋은 기회다. '글이나 써야겠다.' 망가진 컴퓨터 때문에 손글씨를 써야한다는 생각이 미치자, 내 마지막 섹스 때 굴렸던 나의 몸보다 오랜 시간동안 쓰지 않았던 연필을 찾기 위해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연필, 연필깎기, 종이는 꼭 이면지어야 하고, mp3에, 적당한 .. 2009. 6. 1.
육우당, 오세인. 그들과 함께였던 날 4월 26일은 동인련에서 육우당 6주기와 오세인 11주기 추모행사가 있었던 날이다. 내가 사는 파주에서 서울역까지 한 시간, 또다시 서울역에서 인천까지 한 시간씩, 무려 두 시간을 잡아서 난생 처음 인천이란 곳에 가보게 되었다. 인천에 도착해 지하철역을 나서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게 조금씩 느껴졌다.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옷을 대충 입었기 때문에 몸은 금방 차가워졌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불어오던 찬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봄이라고 하기 우스울 정도로 말이다. 사람들은 하나둘 모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무비스에요." 발걸음을 옮겨 향한 곳은 인천가족공원. 한달 하고도 5일이 남아있던 그날. 친구인 우주와 나는 제 10회 퀴어문화축제에서 공연할 게이시대의 안무를 길을 걸어가면서도 정신없.. 2009. 6. 1.
4월 이야기 동인련 4월 회원프로그램 '외출' : 벚꽃놀이 참가기 영화 가 개봉한 것은 내가 고3이었던 무렵이었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대학에 입학한 이듬해 4월, 나는 친구의 자취방에서 그 영화를 보았다. 벚꽃이 비처럼 우수수 떨어지던 계절이었다. 마츠 다카코가 우산 속에서 청초하게 미소 짓는 의 포스터를 볼 때면, 아직도 아련하게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기억은 가물거릴 듯 선명하고, 따뜻하면서도 스산한 바람이 부는 흐릿한 풍경이다. 기억과 욕망으로 얼크러진 잔인한 4월이 다시 돌아왔다. 동인련은 이토록 잔인하게 아름다운 4월을 맞아, 꽃비나리는 봄의 산 속으로 잠시 외출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스무 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가했고, 우리 모두는 일상의 욕망을 떠나 살구 빛 봄 속으로 녹아들었다. 조.. 2009. 4. 28.
니들이 계간(鷄姦)을 알아? 군형법 제92조 “계간(鷄姦)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008년 8월 육군 22사단 보통군사법원은 군형법 제92조가 평등권과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를 미루고만 있다. 군대 내에서만 해결하기 힘든 이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서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는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와 함께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에 대해서 신속한 위헌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성폭력과 동성애는 구분되어야” 군대는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남성들 중에서 3급 이상의 신체등급에 판정을 받은 자.. 2009. 4. 28.
종로 게이바에서 탄원서 받기 군형법 92조 위헌판결 촉구를 위한 캠페인 참가기 4월4일 오후 늦은 저녁. 종로 낙원동에서 동인련 사람들을 만났다. 그 날 낮에 캠폐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 탄원서 작성을 위해 한 팀은 가판대를 설치해서 거기서 목소리를 내며 홍보를 했고, 한 팀은 종로에 있는 게이바를 돌면서 홍보를 하기로 했다. 내가 맡은 팀은 게이바를 도는 팀이였는데, 처음에는 나도 군형법에 대해 두 세 번씩 들어도 못 알아들었다. 그리고 알아듣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했는데 그걸 또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니깐 떨리기도 하고 너무 어려웠다. 막상 첫 바를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말할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같이 도는 형들의 뒤에서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지켜보면서 나도 같이 듣.. 2009. 4. 28.
장례식장의 이중풍경 회사에서 짜증나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무렵 어머니로부터 할머니의 부음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지난 5년 동안 치매로 고생하셨던 할머니께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셨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께서 일하다 다치셔서 장례식장을 찾아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친척들은 이미 도착해 분주히 장례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고모부로부터 내가 3일 동안 해야 할 일을 전해 들었다. 장례식장 입구에서 부의금을 넣는 통을 지키면서 신발정리 및 오는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하루가 참 길 것 같았다. 대부분의 게이, 레즈비언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결혼적령기의 나이이다 보니 친척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껄끄럽다. 정말 성스러운(?)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숨이 막힐 정도로 답.. 2009. 4. 28.
초콜릿과 사탕보다 더 달콤했던 - 무지개학교 놀토반 2월&3월 수업 Part 1. 길을 헤매다 보충수업을 들으며 방학 같지 않은 방학을 보내던 2월 어느 날, 친구 무비스군이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바로 무지개학교 놀토반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작년, 부산에 있을 때 활동하던 커뮤니티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정보를 많이 접했지만 참가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서울에 있으니 나도 청소년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굉장히 설렜다. 하지만 14일, 사무실을 찾기 전까지는 정말이지 위화감 투성이였다. 한성대역 6번출구‘쪽’이라고만 적혀있는 웹자보하며, 아무리 전화해도 전화기가 꺼진 상태인 0505로 시작되는 이상한 전화번호 등은 여러 가지로 의심스러웠다. 심지어 무비스군은 혹시 납치범들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었다. (새우잡이 .. 2009. 4. 28.
To. 동인련 언제나처럼 하루를 마감하면서 캔맥주 빈캔을 차곡차곡 쌓아놓을 때쯤이었지. 네이트온으로 팀장님이 웬일로 말을 다 거셨댜~? “Solid형 잘 지내? 글을 한편 써줘야겠어” 흠... 올게 왔군. 글 쓸 사람이 떨어진 거야. Fresh한 신입회원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왜 나야... 농익은 이야기가 필요한 건가, 아니면 그저 지나가는 일상사를 써야되는 걸까, 고민고민하다가 다음날 바람이 너무 청아해서 반가를 내고 시내에 나가 모 카페에 혼자 폼 잡고 펜을 들었으나 지나가는 풍경(아마 사람이었겠지)에 매료되어 글 쓰는 걸 잊은 지 오래, 결국 마감이 지났다는 소리에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기 시작했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도 무슨 내용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선 인터뷰가 편한 것 같다.) 하마터면 오늘.. 2009. 4. 28.
연애, 그 달콤 쌉싸래한 인생살이 - 방현희, 『바빌론 특급우편』,「연애의 재발견」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외쳤던 영화를 기억하는가. 봄날이 가듯, 연애의 봄도 사랑의 봄도 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했던 이 대사는 사랑의 진리 같은 대사라고 생각한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을 외치는 로맨스 드라마들보다 사랑을 콕 집어 말해주던 그 대사는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꼭 공감할 말일 것이다. 방현희의 소설「연애의 재발견」은 이런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연애의 시작부터 끝까지 연애라는 게 그렇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연애가 시작되는 것도 아니며, 두 사람이 설령 사랑하여 연애가 시작됐다 해도 한 사람이 마음이 식어버리면 그냥 그 상태에서 끝나거나 지지부진하게 이어가다 안 좋은 결말을 맺게.. 2009. 4. 28.
다큐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를 보고 : 감동적인 용기와 열정, 길을 묻다 최현숙씨가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 하고 총선에 출마한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더욱이 진보 정당의 후보로 나섰다는 것은 단지 동성애자(성소수자)의 공직 선거 출마라는 화젯거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동성애자 운동의 전략에 대한 중요한 토론 지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큐 를 보고 나는 호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큐는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먼저 최현숙씨와 선거본부 구성원(이하 선본원)들의 용기와 열정, 진지한 고민과 노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감독들은 따듯한 지지의 시선으로 최현숙씨와 그녀의 도전에 함께한 이들을 바라본다. 아니, 처음부터 다큐는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참여, 이해와 공감이 다큐의 바탕이었다. 덕분에 선거 과정에서의 고민과 어려움, 기쁨과.. 2009. 4. 28.
윤가브리엘의 봄밤 2007년 혹독한 봄밤 2007년 봄, 가브리엘은 벼랑 끝의 삶을 살고 있었다. 국내에 있는 에이즈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각종 기회감염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투병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13가지 에이즈치료제(대부분1990년도에 개발되었다)가 판매되고 있고, 이 약들에 대해서는 보험적용이 되어서 무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 약들도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리지널 약이라 건강보험과 한국정부에서 지출하는 약값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가브리엘이 먹는 1년치 약값이 1300만원을 넘어가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에이즈가 발견된 지 20년이 지나 이 약들에 대해 내성이 생긴 에이즈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가브리엘 역시 한국에서 판매되는 13가지 치료제에 모두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그 약들을 복용할 수 없었다. .. 2009. 4. 28.
테드 제닝스 : 내가 만난 동성애자인권연대 내가 처음 한국 LGBT 운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1년 감신대 초청으로 교회와 사회가 동성애자들을 완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의 지지자로서 동성애와 기독 신앙에 대한 토론회에 참여했을 때였다. 당시 나는 이미 오랫동안 미국에서 교회 내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활동을 해 왔던 터였다. 1991년 내가 성서 조직 신학 교수로 있는 시카고 신학대학은 전세계 기독대학 중 최초로 동성애자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001년부터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고 그 때마다 나는 한국 동성애자 활동가들의 창조적이고 용감한 활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나아가 나는 동성애자인권연대가 나에게 베푼 친절과 여러 가지로 동인련 활동가들과 함께 할 기회를 가졌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동인련은 몇몇 모습에서 내.. 2009. 4. 28.
진보신당 성정치기획단 소개 진보신당 성정치기획단에서 나왔다고 나를 소개하면 대부분 LGBT 계열에서 오래 활동한 인권활동가들은 그럭저럭 그렇구나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많이 생소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진보신당 성정치기획단은 신생 단위(?)인 것이다. 태생부터 민주노동당 분당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고 진보신당의 역사 또한 1년 남짓 되지 않았으니 성정치기획단이 무엇을 해 왔는가, 어떤 곳인가는 더욱 막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약간의 막막함을 일단 두고 우리 단위, 혹은 우리 그룹에 모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지향을 갖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현재 진보신당 성정치기획단에 모이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민주노동당 활동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심지어 현재 진보신당 당직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 또한 그러하다.. 2009. 4. 28.
5월, 꿈꾸었던 다른 세상을 행동으로 채우자 위선으로 가득 찬 악어의 눈물을 언제까지 보아야 하는가? 4월 20일 월요일, 비오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장애인 시설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그 눈물은 바로 새를 잡아먹고 새가 불쌍하다고 눈물 흘리는 악어의 눈물과 다르지 않습니다!”라며 마이크에 가득 분노를 담아 연설을 했다. 불과 2년 전 “장애를 가진 아이는 낙태를 해도 되며, 결혼은 남녀간이 정상”이라 말했던 사람이 흘린 눈물을 악어에 비유한 들 부족함이 있을까? 위선으로 가득한 악어는 수많은 새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4월 ‘학교 자율화 조치’로 학교 공간은 이미 경쟁이란 날카로운 이빨이 드리운.. 2009. 4. 28.
<모던 이펙트>를 보고나서 공연장 안은 아늑했다. 그런 아늑함이 무척이나 좋았다. 공연을 보게 될 좌석은 가장 앞쪽이기도 했고 연극을 하는 배우들이 바로 코앞에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몰입이 더 잘돼서 좋았다. (해리의 악몽) 해리를 제외한 극중 모든 사람들이 가면을 쓴 채 등장하고 이때 조명은 붉은듯하면서 어두운 조명으로 전환된다. 가면을 쓴 사람들이 ‘게이 챔피언’은 무효라고 외치면서 해리의 목을 줄로 매어 억압하자 해리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조명이 꺼지고 다시 무대가 밝아 졌을 땐, 해리의 동생은 소파에 드러누워 있고, 해리 누나는 집안정리를 하다가 누워있는 동생을 깨워서 걸레질을 시킨다. 동생은 물을 쏟은 것은 해리라며 오빠인 해리를 불러 걸레질을 떠넘기려 하지만, 해리의 누나는 해리는 방.. 2009. 3. 30.
세상을 아름답게 비출 또 하나의 무지개별 - 먼저 하늘로 간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들을 추모하며 - 평소 같았으면 기억도 나지 않을 꿈 때문에 중간에 몇 번이나 깼을 법한데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잠을 잔 것 같다. 너무 슬프고 서러웠던 장례 때문이었을까. 술에 취했는지, 슬픔에 취했는지도 모른 채 이틀간을 장례식장에서 지내다보니 많이 지쳤었나보다 오랜 시간 뇌종양 말기로 투병생활을 해 왔던 故 원희영(단영) 회원이 3월11일 사랑하는 파트너와 친구,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먼저 하늘로 떠났다. 늦은 새벽 핸드폰 진동소리에 잠깐 일어난 나는 전화를 건 이의 이름을 보고 직감적으로 A가 파트너의 부고를 전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한 목소리로 희영씨가 편안한 얼굴로 하늘로 떠났음을 알려주었다. 그날 밤 급하게 회사 .. 2009. 3. 30.
관계의 재구성을 위하여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 라고 하는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뉴욕 동물원'에서 탈출한 동물들이 '마다가스카'라는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인 사자와 얼룩말, 기린 등이 친구로 나옵니다. 동물원에서는 사자에게 끼니때마다 먹음직한 고깃덩어리가 제공되니 별 문제가 없었지만 동물원을 탈출하고 나니 배고픈 사자에게 친구들은 자꾸 먹잇감으로 보이게 됩니다. 우정에 위기가 닥친 거죠. 영화의 해결책은 물고기입니다. 사자의 친구들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사자의 굶주림을 해결해주고 이들의 관계는 다시 좋아집니다. 그런데 물고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봉변이지요. 당연히 영화 속에서 물고기들은 한 마디의 대사도 없습니다. 말이 없는 존재, 물고기는 그저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니 .. 2009. 3. 30.
에이즈, 동성애 그리고 <공동행동>의 기억들 돌이켜보면 활동은 굉장히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소속 단체에서 주로 내부 업무에 치중하다가 오랜만에 연대사업을 맡게 된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충분히 고민해보지 못한 이슈여서 처음에는 정말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자리만 멍하니 지킨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감염 경로, 감염인들의 치료접근권․노동권․프라이버시 등 에이즈는 여타 감염성 질환과 달리 그 자체로서 사회․정치적인 쟁점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에이즈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무수한 편견과 오해는 물론 동정과 시혜의 시선도 참으로 넘기 어려운 장벽이었습니다. 언론은 에이즈 감염인들이 호텔 주방장이었다거.. 2009. 3. 30.
내가 군입대를 하다니... 어렸을 적 엄청난 공포로 다가온 것 중의 하나가 “2년도 넘는 극기훈련”=군대였다. 다른 것들로는 불주사, 포경수술 이런 게 있었던 거 같다. ‘내가 어른이 되기 전에 통일이 되어야 하는데’ 하면서도 별로 그럴 거라 믿진 않았다. 군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사회화’ 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억압들에 서서히 익숙해졌다. 나에게 다른 선택권이 있진 않았다. 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 군대도 ‘뭐, 어쩌겠어. 남들도 다 가는데, 내가 못하겠어.’라고 스스로와의 협상을 시작했다. 세상에. 조인성이 4월 달에 공군에 입대를 한단다. 이럴 수가. 4월 달로 신청할 걸. 그 막막한 훈련소에서 한줄기 빛이 되어줄 텐데. 스타이고 루머까지 겸비하셨으니, 시나리오를 짜기 딱 좋은데. 오늘은 2번 봤다고 .. 2009. 3. 30.